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당명을 찾아서


《사명을 찾아서》 추천의 글

장혜영
정의당 서울 마포구  지역의원장

망원정X 대표

《사명을 찾아서》 페이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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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책을 읽다 저는 그만 두려워지고 말았습니다

제가 쓴 책인 줄 알았습니다. 다만 그 경우 책 이름은 《당명을 찾아서》였겠습니다. 우리들의 서가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수십 권의 책들과 별문제 없어 보이는 출판사명의 저편에는 전혀 다른 사명을 지닌 또 하나의 비밀스러운 세계가 있습니다. 《사명을 찾아서》는 그 세계로부터 도착한 수수께끼의 책입니다. 서가의 세계에 매끄러운 문장들로 가득한 책 한 권이 만들어질 때 저편의 세계에서는 이렇게나 수많은 사명의 출판사들이 소리 없이 명멸하고 있었다니….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인데, 이 당연한 사실이 이토록 새롭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저는 정말 무심한 독자였던 것입니다.

‘일하기 싫다’

‘말도 안 되게 일하기 싫다’

‘민심은 참 알다가도 모를 어려운 것이고, 오늘도 출근이라서 차라리 다행이야’

이것이야말로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이 가슴으로 써 내려간 참된 문장이며, 우리가 알고 있는 무수한 ‘살아있는 문장’ ― 편집자가 교정을 보기 전에는 반쯤 죽어 있었을 문장 ― 을 살려내는 쓰리샷 아메리카노 같은 문장입니다.

이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지금 책을 읽고 있는지 책을 만드는 책을 읽고 있는지 꿈을 꾸고 있는지 책이 나인지 내가 책인지 AI로 1년에 책 비슷한 것을 9천 권씩 찍어내는 출판사가 버젓이 활보하는 시대에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종이책 원고 한 줄 한 줄을 교정 보고 있는 21세기 출판인의 통곡하는 심장 소리를 듣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기분이 됩니다. 이렇게까지 회의하면서, 이렇게까지 사명을 찾아 헤매면서 결국은 또다시 새로운 책을 만들고야 마는 그 마음은 무엇일까요. 책의 힘, 출판의 힘, 그 웅숭깊은 어둠의 힘에 대해 생각하다 저는 그만 두려워지고 말았습니다.